Imzizi Gathering 양쪽 젖꼭지를 잇는 선분을 하나 그린다.  오른쪽 젖꼭지에 수직선을 긋는다.  그렇게 직각 이등변 삼각형을 그린다.  빗변의 정중앙을 손톱으로 찍는다.  그곳으로부터 오른쪽 젖꼭지까지 파동 형태로 통증이 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를 상담했던 의사는 안검하수가 심한 남자였다.  내 눈에는 그의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건성으로 물었다.  “파동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종파인가요.  횡파인가요.”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종파는 증오.  횡파는 애정입니다.  횡파가 항상 더 많은 피해를 주죠.”
Art Projects
야회 A Night Gathering, 2023
  거울쓰기
  사술
  모든 비행은 삿되다
  Witchcraft

The (three) Gossip, 2023
Peeling

  카노푸스, 고독의 해자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Wing Cut, 2020
  첨삭
  Dance!
  Index for love
  Bird Saver

우리는 미래를 계속해서 사용했다, 2019
  엉겅퀴
  리이오

체 (   ) 섬
사적영화, 2017
  미합의
  동정비처녀와처녀빗치
  더블룸
  벽돌 나르기,  
  안티  로망스  매지컬  버자이나

Text from other
  비약을  위한  주석들  by.한상은
  어떤  여성들의  이야기는...  by.신재민

  야회에 참여하기  by.함윤이
  밤을  일으키며   by.오지은

   
Text from me
  친애하는 우리에게
  체체를 위한 섬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리이오  
  세계를 구하지 말 것,








About
C.V
Email

Instagram






밤을 일으키며: 야회에 부치는 글
오지은




사바트(sabbath)는 수천 명의 마녀들과 악마들이 늦은 밤 모여 벌이는 회합을 말한다. 이 야회(夜會)에서는 16세기 중반에서 17세기 초 마녀재판의 토대가 된 죄목들, 영아살해, 타락한 성행위 등 이단적이고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고 알려졌다. 사바트에 참석하기 위해 몇몇 여성들은 잠들기 전 침대 옆에 막대기를 놓아 두었다가, 남편이 잠든 뒤 그것을 타고 침실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의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에 따르면, 마녀가 이렇게 요사스럽고 간특한 존재로 그려진 데에는 단순히 종교적이고 미신적인 이유를 넘어 자본주의로의 이행기에 있었던 사회적·정치적 기획이 연루되어 있다. 마녀사냥의 주된 죄목이었던 마녀의 사술은 사실상 증명하기 어려운, 매우 모호한 것들이었으며, 불길이 치솟는 마녀사냥의 뒤편에서는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비노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일 뿐인 마법을 억압하고 인구감소를 가속화하는 피임술을 악마화하고자 하는 바람들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임지지 작가의 개인전 《야회_거울쓰기》(2023.11.24.-12.05, 더 윌로)는 “초대되었다고 느낀다면, 그곳에 가지 못하게 막을 방법 없”1는 하나의 사바트로써 우리를 초대한다. 다만 이곳에서는 아이의 살을 고아 약을 만들고, 악마의 꼬리에 입을 맞추는 일들이 아닌 지난한 일상의 장면 혹은 고행과도 같아 보이는 수행의 장면들이 사술이 되어 출현한다. 전시는 그러한 사술 위에 가사노동, 대물림되고 뒤얽히는 신체, 화형당한 존재들의 중첩인 마녀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지극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면들을 주파해나간다.

전시를 이야기할 때 지나치기 어려운 것은 전시 전반에 퍼져 있었던 팽팽한 긴장감이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국수를 먹는 여성 〈사술〉, 왼손으로 뒤집힌 글씨를 쓰기 위해 힘주어 눌러지는 연필 〈거울 쓰기〉, 위로 계속해서 솟구치다가 무더기로 던져지지만 끝끝내 깨지지는 않는 달걀들 〈모든 비행은 삿되다〉, 칼 손잡이로 목에 있는 혈 자리를 누르고 꼬리를 찾기 위해 근력 운동과 유사한 자세를 취하는 여성 〈The (three) Gossip〉등 전시는 곧 터질 것만 같은 무언가를 간신히 눌러 담고 있었다. 그리고 긴장감은 파열되고 찢어져 방출되기보다는 전시 공간 전체에 울리는 〈거울쓰기〉 속 명랑한 세탁기 알림 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러한 감각의 경로를 되짚어보면, 그곳에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분투가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어떠한 “골칫덩이”2를 떠안고 있었으며 그 골칫덩이들은 과거 마녀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복되고 있었다.

〈사술〉과 〈거울쓰기〉에서 여성들은 불과 얽혀 있다. 〈사술〉에서는 새파란 풀이 돋아난 무덤가, 원형의 화롯가 등 여러 장소를 떠돌며 국수를 먹는 여성이 등장한다. 회색 개 한 마리는 여성의 뒤를 충직하게 뒤쫓고, 여성은 끊기지 않는 국수 면발을 먹어 치운다. 국수를 다 먹은 여성은 부엌에서 설거지를 시작하는데 이때 손에 묻은 거품이 작은 불꽃으로 변해 타오른다. 이 마법과도 같은 풍경은 마녀의 사술과도 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여타 다른 행위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여성은 불꽃이 사그라든 이후 하던 설거지를 마무리할 뿐이다. 사술의 정체는 이렇듯 일상적이고 싱겁기까지 하다. 〈거울쓰기〉에서는 하얗고 얇은 커튼을 몸에 둘러싸고 낮잠에 빠진 여성이 있다. 여성의 얼굴 위로 마녀사냥의 모습, 불길 속의 도로, 재고 처리를 위한 옷의 소각 등 화형의 장면들이 겹친다. 이 불길은 곧 사바트를 다녀온 그녀의 발로 옮겨붙는다. 투명한 물기가 어려 있던 발은 더럽혀진 채 붉게 타오르고, 더러운 발은 사방으로 확장되어 펄떡거리는 붉은 내장의 형상을 띤다. 



1.원문은 그리오 드 지브리의 오컬트 서적인 『마법사의 책』(루비박스, 2016), 해당 문장은 《야회》 리플렛에서 재인용.
2.김문희, 임지지, 주혜영의 퍼포먼스 〈The (three) Gossip〉의 대사에 등장하는 어휘.


〈거울쓰기〉와 〈The (three) Gossip〉에서 여성들은 몸이라는 골칫덩이와 함께한다. 싱글채널비디오 〈거울쓰기〉에서 여성은 옷걸이에 얌전히 걸려 있는 붉은색 옷 속으로 자기 몸을 끼워 넣는다. 이는 “연회를 위한 동작이란, 모두 그런 것을 의미한다, 열쇠 구멍이 되는 것”이라는 영상 속 진술과 결합하여 연회에 참여하기 위해 비좁은 구멍을 통과하려는 신체의 움직임을 상기시킨다. 열쇠 구멍을 헤집는 몸은 점차 뒤집힌 글자를 쓰기 위해 종이를 꾹꾹 눌러 적는 손, 구멍에서 솟아나듯 거울 안에서 비로소 바르게 보여지는 몸짓을 통해 변주된다. 퍼포먼스 〈The (three) Gossip〉에서는 잠들어 있는 여자와 그 몸을 넘어 다시 잠드는 여자가 등장한다. 문희와 혜영은 잠든 상대의 몸이 자신의 이동을 모르도록, 잠든 몸의 고요를 유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고 날 선 동작으로 서로의 몸을 넘는다. 그들은 곧 잠에서 깨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베개 더미 위에서 향기로운 고약을 몸에 덧바르는데, 고약은 관객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몸짓들과 달리 너무나도 화사한 향을 풍긴다. 뒤이어 문희는 비행을 위한 자세를 연습하고, 전시 공간 전체를 힘껏 내달리다가 이내 멈춰서 베게 더미를 품에 안는다. 혜영은 문희의 발 앞에 베개를 하나씩 놓아주고 문희는 베개를 밟아가며 독백한다. 그 독백은 외할머니, 어머니로부터 대물림된 신체의 역사나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접촉할 때 환경이 내던 신음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독백 자체가 이따금 외마디 비명이나 신음처럼 들렸기에 그 신음을 내는 이가 정말로 누구인지는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사술과 연회의 비일상성과 관련된 위와 같은 장면들 안에는 명랑한 일상의 사물들이 함께 있다. 그리고 그  사물들은 아무리 집어던지고 찢어도 동요 없이 자신의 자리를 유지한다. 〈거울쓰기〉와 〈The (three) Gossip〉 속 세탁기 알림 벨은 빨랫감 회수를 재촉하고, 〈The (three) Gossip〉의 시작을 알리는 여성의 목소리는 “문제, 골칫덩이, 가능성, 절박함” 등의 단어를 관객에게 안겨주면서도, 그것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서비스직 노동자의 메뉴얼화된 발화처럼 반복된다. 〈모든 비행은 삿되다〉 속 달걀은 아무리 위로 솟구쳐 올라도,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도 깨지는 일 없다. 이 명랑함은 전시 공간 전체에 놓인 흰 베개들에서도 반복된다. 솜이 가득차 있는 베개는 손에 쥐려 하면 손아귀에서 자꾸 벗어나고, 그것이 하나의 더미를 이루면 우리를 질식시킬 수 있을 만큼 부피가 커진다. 베개를 아무리 집어 던져도, 그 위를 힘껏 발로 밟아도 베개는 뽀얗고 말랑한 제 형태를 유지한다. 그들의 뻔뻔한 존재감은 야회에 참여한 모두에게 곤혹을 선물한다.  

전시는 이렇게 국수-개-거울-커튼-낮잠-옷-발-열쇠 구멍-잠-달걀-베개 등으로 이루어진 이미지의 다발을 만들어 마녀의 이야기, 여성의 가사노동, 그리고 자본의 문제가 비집고 출현할 자리를 마련한다. 불의 사술은 설거지, 걸레질, 세탁과 같이 여성에게 귀착되었다고 여겨진 가사노동 사이에서 불현듯 등장하고, 가사노동의 중심에 있는 여성의 신체는 다양한 종류의 수난을 겪으며 에너지를 방사하고, 자본주의하에서 화형당한 여러 존재들은 여성의 얼굴 위로 떠오르며 다시금 마녀로 소환된다. 나아가 끊어지지 않는 국수 〈사술〉, 형상을 뒤집어 다시 돌려주는 거울 〈거울쓰기〉, 계속 이어지는 잠, 대물림되는 신체 〈The (three) Gossip〉 등 작품에서는 반복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를 통과하여 전시는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녀의 이미지, 마녀의 사술은 작품을 통해 어떻게 다시 쓰일 수 있는가. 그것이 작품 내부에서 다시 쓰이는 것 이상으로 지금 우리 옆에서는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되짚기 위해서는 얼마나 다종다양한 흔들림과 경유가 필요한가. 이렇게 되돌아왔을 때, 전시 공간에서 마주했던, 의자에 앉아 있는 흰 베개에서 요람에 누워있는 아기의 얼굴이 보인다. 마녀의 죄목이었던 영아살해, 재생산의 방해, 분투를 겪던 여성의 몸, 여성의 것이라 여겨지는 노동들에 이르기까지, 아기의 망령은 마녀사냥의 주변을 끈질기게 맴돌고 있다. 그러니 흰 베개가 자신을 둘러싼 분투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요람 속에서 잠들어 있다 깨어난 아기의 환하고 무구한 웃음과 같이 느껴졌다면 그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내가 전시 공간을 찾았을 때는 언제나 밤이었다. 전시가 일으켜 세운 밤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열쇠 구멍 너머로 해가 지고 나는 어느새 사바트에 참석하고 있었다.